자궁내막증은 그 이름처럼 자궁 안에 있어야 할 내막 조직이 자궁 바깥, 예를 들어 난소나 나팔관, 방광, 장, 심지어는 폐 같은 이소성 부위에 자리 잡고 증식하는 질환이에요. 이 낯선 곳에 자리 잡은 내막 조직들은 매달 생리 주기에 맞춰 호르몬 변화에 반응하는데요, 자궁 안의 내막처럼 출혈을 일으키고 염증 반응을 유발하죠. 그런데 이 피와 조직들이 몸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그 자리에 갇히면서 심한 통증과 유착, 흉터 조직을 만들어내는 거예요. 상상만 해도 너무 괴롭지 않나요?
가장 흔한 증상은 '만성 골반통'과 '지독한 생리통(월경통)'인데요, 통증의 강도가 매우 심해 일상생활을 방해하고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립니다. 배란통, 성교통, 배변통을 호소하기도 하고, 심한 경우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해요. 단순히 '생리통이 심하다' 정도로 치부할 문제가 절대 아니랍니다.
현대 의학에서는 이 자궁내막증의 정확한 원인을 아직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했지만, 몇 가지 유력한 가설들이 있어요. 가장 대표적인 것이 '역행성 월경설'인데, 생리혈이 자궁 밖으로 역류하여 난관을 통해 복강 내로 들어가 자궁내막 조직이 착상된다는 이론이에요. 하지만 모든 여성이 역행성 월경을 겪는데 왜 특정 여성에게만 자궁내막증이 생기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아있죠.
최근에는 면역학적 요인, 유전적 요인, 그리고 염증 반응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어요. 이소성 부위에 착상된 내막 조직은 주변 조직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만성적인 염증 반응을 유발하고, 이 염증 사이토카인들이 통증 수용체를 자극해서 통증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들어요. 마치 몸속에 작은 불씨가 계속 타오르는 것과 같다고 이해하시면 돼요.
또한, 신경학적으로는 만성 통증에 시달리면서 뇌의 통증 회로가 재구성되는 '중추 신경계 감작' 현상이 나타나기도 해요. 작은 자극에도 통증을 더 크게 느끼게 되는 거죠. 호르몬 불균형도 빼놓을 수 없는데, 에스트로겐이 과도하게 많거나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염증 유발 물질의 불균형이 병변의 성장과 통증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앞서 동의보감에서 말한 '기혈 응체(氣血凝滯)'는 현대 의학에서 설명하는 '만성 염증 반응'과 '조직 유착'을 정말 잘 표현하는 말이에요. 몸속 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염증 물질과 노폐물이 쌓이고, 이것이 결국 아랫배에 '적괴(積塊)' 즉, 자궁내막증 병변과 같은 덩어리를 만드는 거죠. 스트레스와 차가운 식습관이 면역 체계와 호르몬 균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빼놓을 수 없고요. 우리의 몸은 이렇게 동서양을 막론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